잘 안 되는 일을 하는 영상편집자의 의식 흐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른다.
클라이언트도 자세한 설명을 아낀다.
분명히 첫 번째 마스터를 보고 나면
그제야 기획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것이다.
짜증이 난다.
사측에서 보내 준 기초자료는 분류가 하나도 되어 있지 않다.
짜증이 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거다.
나도 무얼 어떻게 요구해야 할지 몰라 연락을 잠시 끊는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사측에서 뭔가를 보자고 요구한다.
아마도 내일이면 볼 수 있을 거라고...
하지만 밤을 새워도 결과물을 만들지 못한다.
자기도 나도 잘 모르는 것을 어떻게 만들라는 거지...

밤을 꼬박 새우고... 
정신을 놓으면 전화가 온다.
일단 한 번은 무시한다.
두 번째... 고민한다.
세 번째... 용기 내 전화를 받는다.
일단 웃으면서 잘 받아내고 시간을 좀 더 얻는다.
약속된 새날이 밝았다.
결과물이 없다.(생각만 많다)
이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한다.

그리고 연기된 일정이 미안해서 결과물에 힘을 더 준다.
그러면 그쪽에서도 이해해 줄 거라고...

그러다 며칠 더 늦어진다.

또 늦어져... 이젠 전화도 뭐고 그냥 잠수 모드로 가고 싶어진다.

나는 결과물이 마음에 안 든다.

사측에서 계속 연락해 오고 언성이 높아진다.
서로 언성이 높아진다. 처음부터 잘못된 일 아니니까 싶다.

그래 맞아. 처음부터 당신은 내게 요구할 걸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았어.
모르면 다인가? 내가 전문가라서 알아서 해줄 거라 믿었다고?
그래서 해줬는데 개뿔. 자기가 원한 게 아니라니...

이건 무슨 개똫같은 일인가? 
전문가로서 알아서 해줬더니...
믿었다더니... 지금 와서 아니라니...
그러면 처음부터 잘 요청하던지...

두 번 세 번 수정사항을 꾸역꾸역 하다보면 정신줄을 놓는다.
그냥 수정한 결과물을 메일로 보내고 잠수탄다.
아니 돈 받아야 하니 연락은 받아준다.
그리고 수정이 안 되는 
수백만 가지 이유를 만들어
 '네가 먼저 잘못했으니까'를 시전한다.
내 탓을 아니다. 네 탓이지...
다시는 이런 일 안 한다고한다.

결과물을 보니 그리 나쁘지 않다.
시간 지나고 보면... 썩 나쁘지 않다.
평범하게는 잘 해낸 것 같다.
간혹 멋져 보이기도 한다.

다시 자신감이 생겨서
이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다른 회사에 견적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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