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거슬러 탄생한 '편집(edit)': 영상편집가가 알아두면 좋을 언어 이야기

 "편집하다" 어원에 담긴 재미있는 이야기



여러분은 영상을 "편집"할 때, 이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영상편집의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편집"이라는 단어 자체에 담긴 흥미로운 이야기를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편집"은 "일정한 방침 아래 여러 가지 재료를 모아 신문, 잡지, 책 따위를 펴내거나 영상, 소리, 문서 따위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한자로는 '엮을 편(編)'과 '모을 집(輯)'을 사용하여 글자 그대로 "엮어서 모으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영어 단어 'edit'의 어원을 추적해보면 의외의 반전이 숨어 있습니다. 'edit'의 기원은 라틴어 'edo'에 있습니다. 'edo'는 'ex(밖으로)'와 'do(주다)'가 결합된 형태로 원래 '밖으로 내놓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이 단어의 supine 형태인 'editum'에서 '출판', '배포'를 의미하는 'editio'가 파생되었고, 여기에 '~하는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or'이 붙어 '출판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editor'가 만들어졌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editor'라는 단어가 영어에 들어와 '편집장'이라는 의미로 사용되었을 때, 영어 화자들은 이 단어의 진짜 역사를 모른 채 거꾸로 추론했다는 것입니다. "editor는 '편집하는 사람'이니까, 분명 'edit'라는 동사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그렇게 역사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edit'이라는 동사가 역형성(back-formation)이라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원래는 없었던 단어가 나중에 생겨난 것입니다. 마치 시간여행자가 과거로 가서 자신의 조상을 만드는 것과 같은 흥미로운 언어 현상입니다.

이러한 "편집"의 어원 이야기는 영상편집의 본질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영상편집도 결국 여러 영상 소스와 오디오, 그래픽 요소들을 '모으고', '엮어서', 세상에 '내놓는' 과정입니다. 무작위로 촬영된 장면들을 의미 있게 연결하고, 불필요한 부분은 제거하며, 시각적・청각적 요소들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창조적 과정인 것이죠.

영상편집을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기술적인 편집 방법만 익히는 것이 아닙니다. 여러 요소를 '엮고', '모아서', '세상에 내놓는' 창조적인 과정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마치 'edit'이라는 단어가 역사를 거슬러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평범한 영상 클립을 놀라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키는 마법 같은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영상편집의 세계로 들어가는 첫걸음에서, 이 단어의 흥미로운 역사를 알게 된 것은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단어의 탄생처럼, 여러분도 이제 무언가를 새롭게 창조해내는 여정을 시작하게 될 테니까요.

1 댓글

  1. 'supine 형태'는 라틴어 문법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라틴어 동사의 특별한 형태로, 동사의 어간에 '-um'이나 '-u'를 붙인 형태를 말합니다.

    라틴어 동사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 주요 형태(principal parts)로 표시되는데:
    1. 1인칭 단수 현재형(present)
    2. 부정사(infinitive)
    3. 완료형(perfect)
    4. 수피눔(supine) 또는 과거분사(past participle)

    예를 들어, 라틴어 'edo'(먹다, 내놓다)의 수피눔 형태는 'editum'입니다.

    수피눔은 주로 두 가지 용도로 사용됩니다:
    - 목적을 나타내는 부사적 용법('-um' 형태 사용)
    - 특정 표현에서의 부사적 탈격('-u' 형태 사용)

    이런 수피눔 형태는 후대 로망스어나 영어 같은 언어에서 많은 파생어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논의했던 'edit'의 사례에서, 라틴어 'edo'의 수피눔 형태인 'editum'에서 'editio'(출판)이라는 명사가 파생되었고, 그것이 나중에 'editor'와 역형성된 'edit'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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